눈을 뜨니 보이는것은 옛날 부모님과 오빠와 행복하게 살던 집.그리고 오빠의 방.
한쪽 벽을 가득 채우는 책꽂이와 그 책꽂이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쌓여있는 엄청난 수의 책들.
그리고 오빠가 즐겨쓰던 만년필이 놓여진 책꽂이가 딸린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에도 책이 한가득이다.)원목 책상.
"어라...셰인?"
그리고 가장 현실감 없게 느껴져서 '아,이건 꿈이구나-'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는-
"-오빠?"
-오빠였다.
"셰인?! 셰인 맞아?! 앞머리가 왜 그모양이야?!"
보자마자 앞머리부터 트집잡는거냐! 남이사!
"호오,그런거로 따지자면 오빠도 만만찮은데?
옛날에 머리 기르고 싶은데도 엄마가 자꾸 자르게 했던거 때문이야? 응?
그래서 기른거야?"
현재 오빠의 머리카락은 마지막으로 본 때와 달리 어깨까지 자연스럽게 기른 밝은 갈색 머리카락을
머리끈으로 질끈 묶어둔 모양이었다. 옛날엔 완전히 스포츠 머리였는데.
"...윽,못보던 사이에 성격이 심하게 모가 났구나."
"헹.11년이면 이미 강산이 한번은 뒤바뀐 시간이라고.
그보다 지금 상황 설명좀 해줄래? 무슨 마법을 써서 내 꿈에 오빠가 나온거야?
...아,그러니까 나는 오빠의 어른 버전은 상상도 못했는데 이렇게 나온다는건 이상하잖아.안그래?"
우선 나는 오빠가 머리를 기를거라고는,또 이렇게 잘 어울릴줄은 상상도 못했다.
마치 '현자'같잖아.
"동양에는 이런 술법...그러니까 마법...도 있더라고.원하는 상대의 꿈에 개입하는 술법."
"...아,그래? 결국 동양까지 갔다는 소리냐?
어떻게? 아아~밀항? 응? 밀항?"
"윽,그런건 묻지 말아줘.그보다 넌 또 무슨일이 있었길래 앞머리를 그모양으로 길렀고
성격이 그렇게나 심하게 모가 난거야?옛날엔 훨씬 나긋나긋했는데."
여보셔.그 옛날에 도대체 언제인지 기억은 하우? 11년 전이야,11년 전!
"11년이면 강산이 한번은 뒤바뀐다 그랬지?
에...어디보자.8년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아니,살해당하셨어.
그리고 그 직원 중에 험악하게 생겼던 놈 있지? 그 얼굴에 흉터 꽤 있고.
그놈이 아직 어린 나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재산이고 여관이고 죄다 차지했어.
물론 난 거기서 일해야 했고."
"...에? 부모님이? 아니,잠깐...그러니까?"
"아이고,스톱.더이상 생각할거 저-언혀 없답니다.
음,요약하자면 부모님은 살해당하셨고,나는 8년동안 학대당했다.이걸로 끝.
어쨌든 이젠 과거야.지금은 해방됐으니까."
고개를 숙이고서 뭔가 중얼중얼중얼거리던 오빠가 아!하고서 나를 쳐다봤다.
"아,그거.넌 어떻게 집에서 최하 10km는 떨어진 곳에 와있는거야?
덕분에 찾느라 고생했다."
거 상세히도 안다.
어떻게 안거야?라는 아주 기본적인 의문은 이제 오빠한테도 접어두도록 하자.
남의 꿈에 멋대로 들어온다는 상식 밖의 마법을 쓰는 오빠에겐.
"글쎄...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그래,신을 만났다...라고 하면 될까나."
"...허어? 왠 신이라냐?"
"일단 인간은 아니걸랑? 들어봐,오빠.
한손으로는 사람의 목을 부러뜨려 절명시키며 한발로는 소규모 지진을 일으키는 괴력에
에지간한 산적단은 떼로 덤벼도 못이기고 검술에 마법까지 완벽한
나보다 한 5cm쯤 크고 흑발적안에 쭉쭉빵빵 절세미녀인 인간이 있다는 소리 들어봤어?"
나의 매우 상세하고도 상식 밖의,
에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절대 못믿을 설명을 들은 오빠의 반응은 이랬다.
"...아니,전혀 못들어봤어.확실히 '인간이 아니다.'라고 단정짓는게 이해가 빠르겠다."
"역시 오빠도 그렇게 생각하지? 덧붙여 그 옆에는 드래곤쯤으로 보이는
적발적안의 절세미남도 하나 붙어있단다."
"...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지는데."
오빠마저도 동의했다.역시 그런가? 하긴,그런 인간이 있겠냐고.
"아참.그러면 너,지금 상황이 어떻게 되?"
"...음,간단히 요약을 하자면-그 버러지가 여관을 차지하고서 8년 후인 어제,
첫 손님으로 커플 한 쌍이 들어왔더라.그리고 내가 만류해도 체크인하고 들어가더라.
체크인을 만류한 이유는 말이지-거기가 말이 여관이지 여자 들어가면
그냥 완전히 매춘굴이나 다름 없거든-
어쨌든 그 버러지가 체크인을 만류했다는 이유로 또 학대하더라.
야-거 적응이라는게 무섭더라? 거의 아프지도 않더라고.
그런데 아까 들어간 커플 중 여자 쪽에서 어느새 내려왔는지도 모르게
그 버러지를 죽여버리더라.그것도 한손으로 목을 뚝-하고.
그리고 여관을 완전히 털고...돈이랑 옷이랑...하고 여관 태우고(...)
마을을 나와서 한 4시간 걷고 쉴라 하니까 산적들 몇명 튀어나와서는 돈 내놓으라 하더라.
그것들도 마노 씨가...그러니까 그 여자 손님이 소규모 지진(...)을 일으키자 조용해지더라.
그래서 그 산적들한테서 삥뜯고(?!)나서
한 10시간쯤 더 걸어서 이 마을 도착했더라...는거지.내 상황은."
내 무지막지한데다 파란만장하기까지 한 상황설명을 듣고
잠시 멍-하던 오빠가 정신을 차리고는 말했다.
"...무슨 소설이 따로없네.여관에서 해방된지 하루도 안되서 그런 일들을 다 겪다니."
"나도 동감이야...뭐라고 하지마.
그리고 지금은 '오빠는 동양에서 술법이란걸 배워서는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어버렸다-
라는것도 추가됐군."
"허헛..."
허탈하게 '허허허허'하고 헛웃음 짓는 오빠다.
"자,그럼 오라버님의 상황은 어떻게 되시나?"
내가 그야말로 '찔러 죽일듯한'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어(협박?)보자 오빠가 찔끔하면서
시선을 돌리며 답했다.
"아니,나야 뭐...밀입국에 밀항에 밀입국을 해서 동양으로 건너갔더라.
건너갔더니 꽤 재미있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보니 어지어찌하다가
벼슬까지 얻고 눌러앉게되었더라...는거지.내 상황은."
내 무지막지하게 상세한 설명과는 달리 극단적으로 요약된 오빠의 상황설명을 들은
내가 해줄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자아아알하는 짓이다,오빠.여동생은 아동학대당하고 있을때 오빠는 벼슬얻고
결혼까지 했다,이거지?"
"겨,결혼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했어!"
...했군.저 고기를 구워먹어도 될만큼 새빨개진 얼굴로 항변해봤자
했다는 말로 자동해석되어 들릴 뿐이다.
"으음~좋아.그럼 조만간 내가 찾으러 가도 될까?"
"뭐어?!"
"왜,싫어?"
내가 '째릿!'하고 째려보자 오빠가 '움찔!'하고서 시선을 피했다.
"아니...동양에 넘어온다곤 쳐도 나를 어떻게 찾게?"
...뭐,그야.
"마노 씨랑 리엔 씨...리엔 씨는 남자손님.어쨌든 이 두분을 꼬셔봐야지."
"...어떻게?"
"훗,어차피 그 사람들(?)은 재미만 있으면야 불지옥에라도 뛰어들 사람들로 보이니까.
아니,뭐 어찌되든 그 사람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을거같달까..."
"...확신이냐."
"원래 신이나 드래곤처럼 지루하리만치 오래살면서 에지간한건 뭐든지 가질수 있는
종족들은 재미를 1순위로 놓기 마련이지."
"...못본사이에 애늙은이 다 됐구나."
"뭐,그런 삶을 살았으니."
내가 사악하게(!) '헹!'하고 코웃음치자 오빠가 매우 난감하다는듯이 '하하하...'하고 웃었다.
"그래.나도 너를 실물로 한번 보고싶으니까.
...그래,동양에 넘어와서 나를 찾으려면 '현하'를 찾으면 되."
"현하? 오빠의 새 이름이야?"
"음,뭐.그렇지."
"오케이.찾아내면 꼭 한대 때려줄테야! 각오해!"
내가 장난스레 협박(?)하자,오빠도 싱긋 웃으면서 대답해줬다.
"그래,그래.-자아,꿈은 여기서 끝.그럼 기대하고 기다릴테니까...
너무 기다리게는 하지 말고,얼른 와?"
'응,그럴게.'하고 대답하려는 순간,시야는 새까맣게 어둠으로 뒤덮여버렸다.
그리고,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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